금융칼럼 ‘김재호의 금융 이야기’

크로스 컨설팅 김재호 대표


김재호(金再虎 / Jay
 Kim)

국제 금융 컨설턴트

자격증 :
– 미국 증권업 (Series 7) 및 투자자문업 (Series 66)
– 미국 은퇴설계 카운슬러 (Chartered Retirement Planning Counselor)
– 보험영업 (뉴저지 주)

저서 :
– 외환시장의 실무 (1994. 증권서적)
– 금요일 모닝커피 (2013. 퍼플)

 

 

마이너스 금리 - 김재호의 금융 이야기

작성자
사무국
작성일
2016-02-05 14:35
조회
27689
지난 주말 전세계 경제 관련 신문에는 한결 같이 일본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에 대한 소식을 전하였습니다. 금리를 인하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그런데 이번 일본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는 특별한 면이 있습니다. 금리가 마이너스로 떨어졌다는 것입니다. 마이너스 금리를 이해 하기 쉽게 설명 드린다면; 고객이 은행에 예금을 하고 은행으로부터 이자를 받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보관료를 지불하여야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일본 중앙은행의 조치를 월 스트리트 저널은 ‘중앙은행들이 경제를 살리기 위하여 새로운 방도를 취하고 있다’ (Central Banks Go to New Lengths to Boost Economies) 라고 쓰고 있습니다. (관련기사: http://www.wsj.com/central-banks-go-to-new-lengths-to-boost-economies)

우리나라 언론에서는 이러한 조치에 대하여 그다지 긍정적인 평가를 하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오히려 아베노믹스가 실패할 가능성에 대한 일본 중앙은행의 조바심이 초래한 무리수라는 평가를 하고 있습니다. (관련기사: chosun.com/2016/01/30_마이너스 금리 충격) 아주 틀린 이야기는 아니겠으나 결과는 좀 더 지켜 보아야 할 것입니다.

 

미국의 경우에는 제로까지는 금리하락을 허용하였으나 그 이하로는 내려가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그 대신 유동성을 추가로 공급하는 양적팽창 (QE: quantitative easing)을 시도하였습니다. (금요일 모닝커피 2013. 6. 28. 참조)

일본이라고 양적팽창을 시도하지 않은 것이 아닙니다. 아베노믹스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시도의 일환으로 미국이 시행한 거의 모든 방법론을 일본은 도입하였습니다. (2015년 11월 20일자 칼럼 '아베노믹스' 참조) 거기에 한 술 더 떠서 금리를 마이너스까지 내린 것입니다. 미국은 지난 연말 금리를 올리기 시작하였습니다. (2015년 12월 18일자 칼럼 '올 것이 왔습니다' 참조) 그런데 일본은 아직도 금리를 내리고 있습니다.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를 보면서 문득 35년쯤 전에 있었던 일들이 기억납니다. 그 당시에는 러시아가 분리 독립하기 전의 구(舊) 소비에트 연방 공화국(소련) 대통령 고르바초프가 페레스트로이카(перестро́йка)라는 이름의 개혁 정책을 시행하던 때입니다. 금융 분야에 대하여서도 개혁이 진행되었습니다. 금융 페레스트로이카를 진행하기 위하여 그 당시 소련의 관료들이 해외에 있는 금융 전문가들을 찾아가 조언을 구하던 때입니다. 저에게도 금융 페레스트로이카의 관련 관료들이 찾아와 자문을 구하였습니다. 소련의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경쟁상대이자 적대국가인 미국에 가서 금융을 배우는 것은 여러 가지로 자존심도 상하고 보안상의 문제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금융 페레스트로이카 자문을 구할 만한 국가로 일본, 한국 등지를 찾았던 것입니다.

제가 만난 구 소련의 관료들은 철저한 공산주의자들이었습니다. 이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저는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의 차이를 극명하게 느끼기도 하였습니다. 그들은 자본의 생산성에 대하여서는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모든 생산과 가치의 증식은 노동에서 비롯된다는 개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생산성에서 자본의 기여를 인정하지 않으려 하였습니다. 자본을 빌려서 사업에 투자하고 빌린 자본에 이자 또는 배당금을 지급하는 것은 자본주의의 기본입니다. 그러나 공산주의의 입장에서는 이자나 배당금은 노동자의 몫을 자본가가 빼앗아 가는 것으로 보았습니다.

극단적으로 표현한다면; 공산주의 하에서는 은행에 예금을 하여도 예금 이자를 지급하지 않고 오히려 돈을 안전하게 보관하여준 데에 대한 보관료를 받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일본에서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 바로 예금 이자를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예금 보관료를 부과하는 것과 다름이 없는 마이너스 금리가 등장하였습니다. 조금 과장하여 이야기한다면 마이너스 금리란 자본주의의 기본 개념에 어긋나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공산주의적인 발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비정상적인 상황이 자본주의 하에서 얼마나 오래 지속될 수 있을 것인지도 커다란 의문입니다. 일본이 시행하는 마이너스 금리는 중앙은행과 일반 은행간에만 이루어지는 특수한 상황입니다. 일반은행이 금융시장에 더 많은 유동성을 공급하라는 중앙은행의 강력한 조치입니다. 그 동안 아베노믹스를 통하여 유동성을 계속 공급하였으나 금융시장에서 자금의 수요자에게 충분히 유동성이 공급되지 못하고 있다는 상황판단이라고 보입니다. 따라서 일종의 극약 처방으로 마이너스 금리를 빼들고 나온 것입니다.

이러한 극약 처방은 이름 그대로 극약처방이므로 자칫 잘 못하면 경제를 죽일 수도 있다는 위험이 따릅니다. 극약 처방이 죽어가는 경제를 기사회생 시키기를 기대하고 시행하지만 부작용에 대한 대비도 하여야만 합니다. 지금 일본의 중앙은행이 마이너스 금리의 부작용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어야만 합니다.

마이너스 금리의 가장 커다란 위험은 금융시장의 붕괴입니다. 금리가 마이너스인 상태에서는 금융기관, 특히 은행들이 금리차에 따른 수익 구조를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지금과 같이 경제 성장이 둔화된 상황에서는 기업들의 대출 수요가 줄어들게 됩니다. 은행 입장에서는 대출을 계속 늘려 나가기 어려워 진다면 남아 도는 유동성을 중앙은행에 예치하여야 하지만 마이너스 금리가 적용된다면 중앙은행에 예치하는 것을 기피할 것입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고객으로부터의 예금을 줄여야만 할 것입니다. 그 결과 예금과 대출이 모두 줄어드는 현상이 일어나게 됩니다. 이는 곧 금융 사업에서 규모의 축소를 유발하고, 사업 규모의 축소는 바로 수익의 감소로 이어지게 됩니다.

마이너스 금리의 가장 큰 위험 요소는 최악의 경우 금융시장을 축소시키고, 더 나아가서는 고사시킬 수도 있다는 가능성입니다. 따라서 마이너스 금리 현상은 지극히 제한적인 시간 동안 제한적인 범위의 마이너스 금리를 제한적인 대상에게만 적용하여야 합니다. 특히 마이너스 금리가 금융시장을 통하여 일반 금융 소비자에게 전가되지 않도록 예의 주시하여야 합니다. 마이너스 금리의 영향으로 금융시장이 위축되는 정도와 속도를 감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웃 나라 일본은 경제를 살리기 위하여 금융시장에 극약처방을 마다하지 않고 있습니다. 부디 이러한 조치들이 긍정적인 결과로 마무리 되어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북아시아 경제권에 경기를 살리는 불씨가 되어줄 것을 간절히 바랍니다.

[caption id="attachment_3255" align="aligncenter" width="600"]일본 중앙은행 구 건물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은 2015년 1월 29일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 금리를 채택했다.
(일본은행 구 청사 사진=위키백과)[/caption]

(차이나저널 게재일 : 2016년 2월 5일)

 
전체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