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리니스트가 들려주는 서양음악 이야기

바이올리니스트 라율 최연우

앙상블 라 메르 에 릴 예술감독, 앙상블 라퐁뗀 대표

선화예고, 연세대 졸업

미국 매네스 음대 석사, 메릴랜드 주립대 박사(바로크&모던 바이올린)

메릴랜드 주립대 조교 및 악장, 유태인 음악학교 강사역임

 

숙명여대, 총신대,예원예고 출강

코리아나 챔버뮤직소사이어티, 앙상블 우리 멤버

 

 

천의 얼굴을 가진 변주곡 - 바이올리니스트가 들려주는 서양음악 이야기

작성자
최연우
작성일
2016-03-27 21:32
조회
23619
 

지난 주에 모차르트의 작은 별을 들어보셨다면, 우리가 흘려 듣던 노래가 이렇게 다양하게 표현되고 있다는 걸 아셨을 거에요.

한 가지 주제를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하는 음악을 변주곡이라고 해요. 변주를 하는 방법은 대략 7~9가지 정도로 크게 정리가 되며, 원래의 화성이나 멜로디는 음악 안에 숨어있기도 하고 눈에 뜨이게 대범한(혹은 뻔한) 방법으로도 변주가 되지요.

시대에 따라 작곡자들이 선호하는 변주곡의 양식도 달라졌답니다. 예를 들어, 바로크 시대에는 똑같은 화성이나 베이스음 위에 멜로디들이 변주되는 형식(Ostinato)을 좋아했고, 고전주의 시대에는 “주제와 변주(Theme and Variation)”라는 형식을 선호하였어요.

음악이론을 배우다 보면 어렵게 느껴지는 화성학, 대위법 등이 변주곡의 바탕이 되기는 하지만, 그런 복잡한 이론을 몰라도 무언가 다르지만 같게 느껴지는 걸 느낄 수 있는 “감성”이야말로 작곡자가 진정 원하던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변주곡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와 거의 같이 시작한 것이라고 합니다.

갓 태어난 아기가 배가 고파서 울어요. 그 이후에 엄마가 돌보아주지 않는다면 더 큰 목소리로 점점 더 세게 울겠지요. 혹은 아이가 마루에서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치우지 않는데, 엄마가 처음에는 작은 목소리로 타이르다가 아이가 말을 듣지 않으면 아주 무서워지기도 하죠.

같은 말을 하는데 그 형식은 여러 가지로 바뀌게 전달되게 됩니다(방 치울래? 방 치울까? 방 치우자. 방 정리 좀 하면 기분이 좋아질 거야. 빨리 일어나서 방 치워. 지금 안 일어나면 소리지른다! 등등). 어르다가 달래다가 고함치다가 회유를 하기도하고 아무튼 원하는 뜻을 전달할 때까지 다양하게 표현을 하게 됩니다.

변주곡이란 그런 것이에요. 자신의 목소리(멜로디)를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감동이 될 때까지) 다양하게 이야기(변주) 하는 것과 같습니다.

모든 바이올리니스트가 정복하고 싶은 파가니니(1782-1840)의 변주곡인 카프리스 24번을 들어볼까요? 바이올린의 다양한 기교를 사용해 간단한 16마디를 이렇게나 화려하게 만들 수 있었다니, 파가니니는 정말 악마에게 영혼을 팔았던걸 가요?



어렸을 때 근거 없는 이런 무시한 이야기를 듣고 혹시나 제게도 악마가 찾아와서 너의 영혼을 주면 바이올린을 잘하게 해주겠다는 거래를 시도할까 봐 유혹에 넘어가지 말게 해달라고 무지 열심히 기도했던 적이 있었죠. 열심히 기도를 해서인지 그런 시도는 아직까지 오지 않았지만요.

파가니니는 희대의 난봉꾼이라는 소문과 달리 아주 지독한 연습벌레였답니다. 몇 년간 인적 드문 곳에 들어가서 기교를 완성할 만큼 자기절제도 했던 사람이고요. 파가니니의 곡을 살펴보면 그 전에 사용하지 않았던 바이올린의 기교와 음역대를 획기적으로 발전시키기도 했지만,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관습을 잘 따른 보수적인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바이올린을 보면 턱을 올려놓는 턱받침이라고 불리는 검정 받침이 하나 있어요. 현재와 다르게 파가니니와 그 이전 연주자들은 바이올린에 턱받침을 사용하지 않았어요.

바이올린의 턱받침이 발명된 건 1802년경 루이스 슈포어(1784-1859)라는 작곡자 겸 바이올리니스트에 의해서인데, 바이올린의 턱받침이 발명되고 나서야 바이올린의 엄청난 기교들이 더 쉽게 연주가 가능해졌어요.

턱받침이 없을 때는 쇄골 뼈 위에 악기를 올리고 떨어지지 않게 단단히 왼손으로 받쳐야 했기에, 왼손이 하는 모든 활동이(음정을 짚는 것, 음역대를 빨리 이동하는 것, 비브라토라는 것) 아주 어려웠어요. 슈포어 덕분에 이 세상의 모든 바이올리니스트들은 어려운 기교를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었던 셈이죠.

[caption id="attachment_3565" align="aligncenter" width="380"]니콜로 파가니니(1782-1840) 니콜로 파가니니(1782-1840)[/caption]

 

오늘 소개해 드릴 변주곡은 “생일축하 노래 변주곡”(Happy Birthday Variation)입니다.



생일 축하 노래를 바흐나 멘델스존, 모차르트 혹은 탱고 스타일 등으로 바꾸어 연주하는 것인데요, 경험상 음악회 때 이 곡을 앙코르 곡이나 음악회 본 프로그램에 즐거운 분위기를 위해서 연주하면 싫어하는 관객은 아무도 없었어요.

오히려 생일 때 축하 받았던 즐거운 기억들을 떠올리고서 아주 화기애애해지곤 했어요.

그런데 바흐나 모차르트 스타일로 변주를 한다는 말은 다시 말하자면 작곡자들은 자기만의 독특한 작곡기법이 있어서 누가 들어도 그 특징을 알아채고, 그 특징대로 그 사람의 기법을 모방할 수 있다는 말도 됩니다.

마치 사람의 얼굴 생김새가 같은 부모 아래 태어나도 모두 다르듯이 혹은 천인의 얼굴이 각양각색이듯이, 이 세상 모든 사람이 변주를 한다고 하면 단 한 명도 똑 같은 방법으로 변주곡을 만들 수 없는 것이랑 같은 말이 되요.

수업시간에 50명에게 같은 멜로디를 주고 변주를 시키라 하면 정말 신기하게도 각기 다른 50개의 변주곡이 나온답니다.

딱히 작곡이란 걸 할 수 없더라도 노래를 흥얼거리다가 우연찮게 다른 멜로디가 나온다든가, 자연스럽게(혹은 우연히) 다른 노래를 하고 있는 본인을 발견하신 적이 있다면, 음악적 용어로 “연주자 임의의 변주곡”(Arbitrary/Improvised Variation)이란 형식을 취하게 된겁니다.

오늘은 음악을 들으며 이 노래를 변주시켜볼까요? 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들이 변주를 하신다면 쉽게 천 개쯤의 변주곡이 탄생될 거에요. 너무 어렵게 하실 필요는 없고요, 즐겁게 노래를 부르거나, 혹은 떠오르는 세 가지 이미지를 적어보아도 되요.

변덕스러운 직장상사, 속마음을 알 수 없는 여자친구, 지겹기도 한 잔소리들, 모두 오늘 하루는 내 마음을 변주시키는(변덕시키는?) 음악으로 만들어 보세요.

만들어나가다 보면 사람이 새도 될 수 있고 감자나 과일 혹은 꽃도 될 수 있고요, 마음대로 변형시켜서 그 무엇이든지 해볼 수도 있어요.

그리고 그들의 속마음을 조용히 들어보세요. 물론 본인의 속마음도요. 그러면 정말로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었는지 알게 되어 평상심도 찾고 수수께끼 같았던 많은 일들의 실타래가 풀릴 수도 있어요.

생일 맞으신 모든 분들께 축하를 보내드립니다!!

[caption id="attachment_3564" align="aligncenter" width="595"]주제페 아르침 볼디(1527-1593)의 Summer 주제페 아르침 볼디(1527-1593)의 Summer[/ca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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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의 얼굴을 가진 변주곡 - 바이올리니스트가 들려주는 서양음악 이야기

작성자
최연우
작성일
2016-03-27 21:32
조회
23619
 

지난 주에 모차르트의 작은 별을 들어보셨다면, 우리가 흘려 듣던 노래가 이렇게 다양하게 표현되고 있다는 걸 아셨을 거에요.

한 가지 주제를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하는 음악을 변주곡이라고 해요. 변주를 하는 방법은 대략 7~9가지 정도로 크게 정리가 되며, 원래의 화성이나 멜로디는 음악 안에 숨어있기도 하고 눈에 뜨이게 대범한(혹은 뻔한) 방법으로도 변주가 되지요.

시대에 따라 작곡자들이 선호하는 변주곡의 양식도 달라졌답니다. 예를 들어, 바로크 시대에는 똑같은 화성이나 베이스음 위에 멜로디들이 변주되는 형식(Ostinato)을 좋아했고, 고전주의 시대에는 “주제와 변주(Theme and Variation)”라는 형식을 선호하였어요.

음악이론을 배우다 보면 어렵게 느껴지는 화성학, 대위법 등이 변주곡의 바탕이 되기는 하지만, 그런 복잡한 이론을 몰라도 무언가 다르지만 같게 느껴지는 걸 느낄 수 있는 “감성”이야말로 작곡자가 진정 원하던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변주곡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와 거의 같이 시작한 것이라고 합니다.

갓 태어난 아기가 배가 고파서 울어요. 그 이후에 엄마가 돌보아주지 않는다면 더 큰 목소리로 점점 더 세게 울겠지요. 혹은 아이가 마루에서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치우지 않는데, 엄마가 처음에는 작은 목소리로 타이르다가 아이가 말을 듣지 않으면 아주 무서워지기도 하죠.

같은 말을 하는데 그 형식은 여러 가지로 바뀌게 전달되게 됩니다(방 치울래? 방 치울까? 방 치우자. 방 정리 좀 하면 기분이 좋아질 거야. 빨리 일어나서 방 치워. 지금 안 일어나면 소리지른다! 등등). 어르다가 달래다가 고함치다가 회유를 하기도하고 아무튼 원하는 뜻을 전달할 때까지 다양하게 표현을 하게 됩니다.

변주곡이란 그런 것이에요. 자신의 목소리(멜로디)를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감동이 될 때까지) 다양하게 이야기(변주) 하는 것과 같습니다.

모든 바이올리니스트가 정복하고 싶은 파가니니(1782-1840)의 변주곡인 카프리스 24번을 들어볼까요? 바이올린의 다양한 기교를 사용해 간단한 16마디를 이렇게나 화려하게 만들 수 있었다니, 파가니니는 정말 악마에게 영혼을 팔았던걸 가요?



어렸을 때 근거 없는 이런 무시한 이야기를 듣고 혹시나 제게도 악마가 찾아와서 너의 영혼을 주면 바이올린을 잘하게 해주겠다는 거래를 시도할까 봐 유혹에 넘어가지 말게 해달라고 무지 열심히 기도했던 적이 있었죠. 열심히 기도를 해서인지 그런 시도는 아직까지 오지 않았지만요.

파가니니는 희대의 난봉꾼이라는 소문과 달리 아주 지독한 연습벌레였답니다. 몇 년간 인적 드문 곳에 들어가서 기교를 완성할 만큼 자기절제도 했던 사람이고요. 파가니니의 곡을 살펴보면 그 전에 사용하지 않았던 바이올린의 기교와 음역대를 획기적으로 발전시키기도 했지만,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관습을 잘 따른 보수적인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바이올린을 보면 턱을 올려놓는 턱받침이라고 불리는 검정 받침이 하나 있어요. 현재와 다르게 파가니니와 그 이전 연주자들은 바이올린에 턱받침을 사용하지 않았어요.

바이올린의 턱받침이 발명된 건 1802년경 루이스 슈포어(1784-1859)라는 작곡자 겸 바이올리니스트에 의해서인데, 바이올린의 턱받침이 발명되고 나서야 바이올린의 엄청난 기교들이 더 쉽게 연주가 가능해졌어요.

턱받침이 없을 때는 쇄골 뼈 위에 악기를 올리고 떨어지지 않게 단단히 왼손으로 받쳐야 했기에, 왼손이 하는 모든 활동이(음정을 짚는 것, 음역대를 빨리 이동하는 것, 비브라토라는 것) 아주 어려웠어요. 슈포어 덕분에 이 세상의 모든 바이올리니스트들은 어려운 기교를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었던 셈이죠.

[caption id="attachment_3565" align="aligncenter" width="380"]니콜로 파가니니(1782-1840) 니콜로 파가니니(1782-1840)[/caption]

 

오늘 소개해 드릴 변주곡은 “생일축하 노래 변주곡”(Happy Birthday Variation)입니다.



생일 축하 노래를 바흐나 멘델스존, 모차르트 혹은 탱고 스타일 등으로 바꾸어 연주하는 것인데요, 경험상 음악회 때 이 곡을 앙코르 곡이나 음악회 본 프로그램에 즐거운 분위기를 위해서 연주하면 싫어하는 관객은 아무도 없었어요.

오히려 생일 때 축하 받았던 즐거운 기억들을 떠올리고서 아주 화기애애해지곤 했어요.

그런데 바흐나 모차르트 스타일로 변주를 한다는 말은 다시 말하자면 작곡자들은 자기만의 독특한 작곡기법이 있어서 누가 들어도 그 특징을 알아채고, 그 특징대로 그 사람의 기법을 모방할 수 있다는 말도 됩니다.

마치 사람의 얼굴 생김새가 같은 부모 아래 태어나도 모두 다르듯이 혹은 천인의 얼굴이 각양각색이듯이, 이 세상 모든 사람이 변주를 한다고 하면 단 한 명도 똑 같은 방법으로 변주곡을 만들 수 없는 것이랑 같은 말이 되요.

수업시간에 50명에게 같은 멜로디를 주고 변주를 시키라 하면 정말 신기하게도 각기 다른 50개의 변주곡이 나온답니다.

딱히 작곡이란 걸 할 수 없더라도 노래를 흥얼거리다가 우연찮게 다른 멜로디가 나온다든가, 자연스럽게(혹은 우연히) 다른 노래를 하고 있는 본인을 발견하신 적이 있다면, 음악적 용어로 “연주자 임의의 변주곡”(Arbitrary/Improvised Variation)이란 형식을 취하게 된겁니다.

오늘은 음악을 들으며 이 노래를 변주시켜볼까요? 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들이 변주를 하신다면 쉽게 천 개쯤의 변주곡이 탄생될 거에요. 너무 어렵게 하실 필요는 없고요, 즐겁게 노래를 부르거나, 혹은 떠오르는 세 가지 이미지를 적어보아도 되요.

변덕스러운 직장상사, 속마음을 알 수 없는 여자친구, 지겹기도 한 잔소리들, 모두 오늘 하루는 내 마음을 변주시키는(변덕시키는?) 음악으로 만들어 보세요.

만들어나가다 보면 사람이 새도 될 수 있고 감자나 과일 혹은 꽃도 될 수 있고요, 마음대로 변형시켜서 그 무엇이든지 해볼 수도 있어요.

그리고 그들의 속마음을 조용히 들어보세요. 물론 본인의 속마음도요. 그러면 정말로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었는지 알게 되어 평상심도 찾고 수수께끼 같았던 많은 일들의 실타래가 풀릴 수도 있어요.

생일 맞으신 모든 분들께 축하를 보내드립니다!!

[caption id="attachment_3564" align="aligncenter" width="595"]주제페 아르침 볼디(1527-1593)의 Summer 주제페 아르침 볼디(1527-1593)의 Summer[/ca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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