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칼럼 ‘치료를 넘어 치유를 꿈꾸다’

이경미(KBS1 TV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출연 화면)

이경미(李京美/Dr. Lee Kyungmi)

가정의학과 의사이자 통합의학 전문의
웰니스 파트너 BMBL 대표
http://www.bmblpartners.com/

家庭医学科专门医师
C.E.O at MediSolution, Board of Family medicine

저서 : 보건복지부 선정 우수건강도서 ‘내 몸은 치유되지 않았다“(2015. 북뱅)

 

 

유기농보다 더 좋은 것? 유기농도 좋지만 제철 채소가 갑 - 이경미의 의학칼럼④

작성자
이경미
작성일
2015-06-27 01:42
조회
22547

몸에 좋은 음식을 먹으려면 꼭 유기농을 먹어야 한다?


좋은 먹거리라고 하면 흔히들 유기농 채소를 가장 먼저 떠올리곤 한다.

“ 먹을 거리가 중요하다는 건 알겠는데 유기농이 너무 비싸서....”

물론 유기농은 좋다. 특히 채소나 과일에 남게 되는 잔류 농약을 피해갈 수 있다는 점에서... 하지만 ‘유기농이 아니면 건강한 식생활이 어렵다’고 생각하는 것도 ‘영양제를 먹어야만 건강하다’와 같은 류의 고정 관념 중의 하나이다.

영양 면에서 뛰어나면서 잔류 농약도 적고 맛도 좋으면서 가격까지 저렴한 식품이 있다면 어떻겠는가? 굳이 큰 돈 들이지 않고 건강을 지킬 수 있는 가장 좋은 길일 것이다.

바로 제철 채소, 과일이다!

제철의 채소와 과일은 바람과 햇볕을 맘껏 쬐고 자라기 때문에 제철이 아닌 채소, 과일보다 영양 성분이 훨씬 우수하고 맛도 좋다. 비닐 하우스 재배보다 병충해가 덜 하기에 농약도 덜 쓰이게 되고 따라서 채소, 과일 표면의 잔류 농약도 상대적으로 적다. 순리대로 일을 하면 일이 술술 풀리는 것처럼 제 때, 자연의 질서대로 자라난 채소와 과일은 그 자체로 자연의 섭리를 거슬러 자라난 채소, 과일과 비교할 수 없는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유기농도 좋지만 그보다 먼저 제철 채소와 과일을 챙기자.


한 겨울에 딸기를 먹을 수 있었던 세대에서 자랐던 나는 제철 개념이 없던 생짜 초보 주부였던 시절, 냉장고에 제철 채소, 과일표를 붙여 놓았었다. 하나, 하나 공부하는 것처럼 철 따라 채소와 과일을 구입하다보니 어느새 이제는 겨울이면 에너지가 응축된 뿌리 채소, 봄이면 겨울 동안 몸에 쌓인 독소를 제거하는 봄나물, 여름이 가까워 오면 수분이 많은 열매 채소 등 우리 몸이 필요로 하는 요소들과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는 자연의 선물들에 감탄하게 되었다.

이렇듯 제철을 따라 음식을 먹는다는 건 우리 몸이 필요로 하는 것들을 자연스럽게 얻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또한 사계절 늘 구할 수 있지만 기다리는 시간이 더 해져서 더 귀해지고 그만큼 더 맛있게 느껴질 것이다.

[caption id="attachment_2655" align="aligncenter" width="442"]이경미의 의학칼럼 서울대학교 치유과학센터 제공[/caption]

 

채소, 과일을 먹을 때 걱정되는 잔류 농약을 줄이는 방법들


제철 채소가 영양 면에서 우수하지만 잔류 농약은 아무래도 찝찝하다. 되도록 잔류 농약을 줄일 수 있는 방법들을 생각해 보자.

 

1. 직접 만들어 먹는다, 도시 텃밭


요즘은 구청 등에서 아주 저렴하게 텃밭 상자와 모종을 나눠 준다. 베란다와 같이 좁은 공간에서 쉽게 채소와 과일을 키울 수 있도록 텃밭 상자와 병충해 예방 천연 제제 등을 패키지로 구입할 수도 있다. 나와 가족이 먹을 정도의 채소 정도는 직접 키워 먹는다면 잔류 농약도 피하고 영양 많은 신선한 채소를 먹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아이들의 정서에도 도움이 된다. 요즘에는 어르신들의 우울감 감소, 도시의 열섬 현상을 줄이는 등 텃밭의 다양한 효과에 대해서도 보고가 되고 있다.

 

2. 로컬 푸드를 선택한다.


흔히들 농약을 농산물을 재배하는 과정에만 사용한다고 생각하는데 실제로는 농산물 채취 후 보존을 위해 포스트하비스트 농약이라는 이름으로 더 많은 양의 농약이 뿌려진다.

그렇기에 국산, 그 중에서도 가까운 산지에서 수확한 농산물, 즉 로컬 푸드일수록 잔류 농약이 적다.

수입산의 경우는 장거리 이동 중의 보관을 위해 포스트하비스트 농약이 더 많이 뿌려질 수밖에 없고 더 심각한 문제가 하나 더 있다. 수입산의 경우 잔류 농약 허용 기준도 모호하고 외국에서 사용되는 다양한 농약이 한국의 규제 기준에 포함되지 않는 경우들도 있어 잔류 농약의 측면에서 앞으로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 많은 게 사실이다.

 

3. 지갑을 고려하고 필요에 따라 유기농을 선택하라


미국의 비영리재단 EWG( Environmental Working Group )에서는 매년 채소와 과일의 잔류 농약 정도를 발표하는데 잔류 농약이 많은 채소와 과일을 Dirty 12, 잔류 농약이 적은 채소와 과일을 Clean 15으로 묶어서 소비자들이 채소와 과일을 구입할 때의 일종의 가이드를 제공하고 있다. 물론 ‘ 까탈스럽게 이런 걸 따지고 먹냐, 예전엔 아무거나 먹고도 괜찮았는데..’라고 생각한다면 이러한 정보를 무시해도 상관 없지만 과거와 달리 환경이 건강에 미치는 문제가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몸으로 들어오는 환경의 독소를 줄이는 것이 건강을 위해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는 점에서 현대인에게 안전한 식품을 선택하는 것이 무엇을 먹느냐보다 더 중요하다.

제철 채소와 과일을 구입하되 잔류 농약이 많은 식품은 되도록 유기농으로 구입한다면 지갑을 고려한 현명한 선택이 될 것이다.

 

Dirty 12


Clean 15

사과


양배추


딸기


양파


포도


키위


시금치


고구마


복숭아

가지


http://www.ewg.org/foodnews/에서 나머지 내용 확인 가능

www.EWG.org >

 

4. 내가 씻는 방법, 맞을까?


채소와 과일의 잇점을 최대한 얻기 위해 껍질 째, 생으로 그대로 먹는 게 가장 좋겠지만 잔류 농약 때문에 껍질을 벗기는 게 나을지, 그래도 껍질 째 먹는 게 나을지 자주 접하는 질문이다. 잘 씻어 먹는다면 껍질 째 먹는 게 훨씬 좋다. 이 때 잘 씻는다는 건 바로 잔류 농약을 잘 씻어낸다는 것을 의미한다.

‘식초를 넣는다.’,‘ 베이킹 소다를 넣는다 ’등 과일과 채소를 씻는 여러 가지 나름의 노하우가 많다. 하지만 그 중에서 잔류 농약을 제거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원칙은 바로 담금물 세척법이다. 물과 접촉하는 시간이 길어져 농약을 제거하는 효과가 높아지기에 일단 1분 이상 물에 담궈 주는 것, 이것만으로도 대부분의 잔류 농약을 제거할 수 있다.

[caption id="attachment_2656" align="aligncenter" width="409"]이경미의 의학칼럼 담금물 세척법(식약처)[/caption]

 

건강을 위한 비기(秘技)는 없다. 건강은 기본을 알고 실천하는 것


건강을 위한 첫 걸음은 제철 채소와 과일 먹기이다.

너무 쉬워서 실망스러울 수도 있을 것 같다.

진시황의 불로초처럼 ‘건강’과 관련한 여러 속설 들을 보면 건강을 지키려면 희귀하고 어려운 ‘비기’들을 찾아야할 것 같지만 실상은 기본이 무엇인지 알고 그 기본을 현명하게 각자의 삶에 적용하는 것, 이것이 바로 주관 있게 자신의 건강을 돌보는 길이다.

‘ 특정 식품을 먹어야만 건강할 수 있다 ’ 또는 ‘ 건강한 식생활을 하려면 유기농을 먹어야만 한다.’ 와 같은 고정 관념을 갖기 보다는 각자의 상황에 맞게 보다 합리적인 방법들을 찾아 식습관의 조그만 차이를 하루하루 만들어가는 것, 이것이 느린 듯 하지만 결국은 빠르고 근본적인 건강으로 가는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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