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 컨설팅 김재호 대표


김재호(金再虎 / Jay
 Kim)

국제 금융 컨설턴트

자격증 :
– 미국 증권업 (Series 7) 및 투자자문업 (Series 66)
– 미국 은퇴설계 카운슬러 (Chartered Retirement Planning Counselor)
– 보험영업 (뉴저지 주)

저서 :
– 외환시장의 실무 (1994. 증권서적)
– 금요일 모닝커피 (2013. 퍼플)

 

 

Paternal care - 김재호의 금융 이야기

작성자
사무국
작성일
2015-12-21 07:08
조회
16054
지난 11월 25일 유투브에 올라온 동영상 하나가 많은 사람들의 눈시울을 적시고 있습니다. (관련 동영상: 당신의 아버지에 대해 얼마나 알고 계신가요?) 불과 4분 남짓 지속되는 동영상입니다.
 


 

동영상의 내용은 대강 이렇습니다. 생후 40개월이 채 되지 않은 어린 아이의 아빠들에게 처음에는 자신의 아이들에 대하여 얼마나 알고 있는지 설문을 합니다. 그리고 똑 같은 질문의 대상을 ‘아이’에서 ‘아버지’로 바꿔 질문을 합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무엇입니까?’ 라는 질문에는 그리 오랜 시간 동안 생각하지 않고 답을 쓰던 사람들이 ‘아버지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에는 답을 하지 못합니다……

저는 양친이 모두 돌아가셨습니다. 그런데 제 부모님들이 살아계셨을 때에 좋아하시던 음식이 무엇이었는지 까맣게 잊고 있었습니다. 제 선친께서는 돌아가신 지30년이 지났습니다. 그러다 보니 조금은 잊고 살았나 봅니다. 저희 어머니께서 돌아가신 지는 불과 5년이 조금 넘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어머니께서 즐겨 드시던 음식들이 아직은 기억에 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제 손자가 좋아하는 음식은 쉽사리 기억합니다. 삶은 계란의 껍질을 벗겨서 노른 자위는 제쳐두고 흰자위만 먹는 것을 좋아합니다. 국수를 좋아합니다. 자식 사랑은 내리 사랑이라고 제 아들, 손자에 대한 사랑은 항상 제 마음 속에 커다랗게 자리하고 있지만, 제 부모님에 대한 사랑은 그에 못 미치는 것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제가 고등학교 3학년 때의 일입니다. 당시에는 대입예비고사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일종의 자격시험이었습니다. 예비고사에 합격하여야만 대학 입시를 볼 수 있는 자격을 주는 그런 제도였습니다. 교만에 찬 생각이었지만 그 당시에 저와 제 친구들 가운데에는 예비고사에 합격하지 못할 것을 걱정하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이 것도 국가에서 주관하는 시험이다 보니 예비고사 당일에는 각 고사장마다 부모들이 줄지어 서서 기다리고,점심시간에는 도시락을 들고 와서 기다리는 부모들이 있었습니다. 저의 부모님도 점심시간에 따뜻한 밥을 먹이려고 도시락을 싸서 제게 전달하여 주었습니다.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기억은 그 날의 반찬이었습니다. 저의 어머니께서는 제가 좋아하는 음식을 싸 주셨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소고기 송이 산적 반찬이었습니다. 제 어머니께서는 아들이 시험 보는 날 아들이 좋아하는 반찬으로 응원을 하셨습니다.

예전에는 부모님의 자식 사랑을 이야기할 때에 어머니의 사랑이 우선이었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아버지의 사랑도 심심치 않게 이야기되고 있습니다. 어머니의 사랑이 세심하고 따뜻한 면이 있다면 아버지의 사랑은 엄하면서도 자상함을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버지의 사랑을 이야기하다 보니 문득 아주 오래 전 일이 생각이 납니다. 제가 처음 은행에 입사하여 심사분석을 배우던 시절이었습니다. 그 당시에 중국계 미국인 줄리안 쳰 (Julian Chen)이라는 심사담당 부장이 있었습니다. 그 분의 말씀에 따르면 대출 심사를 할 때에는 Paternal care (아버지의 보살핌)의 마음가짐으로 하여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심사의 잣대를 엄격하게 들이대면서도 마치 자식을 보살피듯 사업의 수익성과 안정성을 세밀하게 살피라는 것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아들이 야구를 좋아한다고 마냥 야구를 시킬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아들이 훌륭한 선수가 될 소질이 없다면 냉정하게 야구선수가 아닌 다른 인생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그러나 만약 좋은 선수가 될 가능성이 있다면 전폭적으로 후원하여 주어야 할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생존이 어려운 기업에 금융지원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기업이 수익성과 안전성을 갖춘 사업모델을 가지고 있다면 그 기업에는 금융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합니다.

1970년대 말 제가 다니던 Bank of America는 그 당시 어려움을 겪고 있던 T 씨멘트 회사에 외화대출을 비롯한 신용장, 단기 운전자금 회전대출 등 각종 금융지원을 제공하였습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국내 은행들은 T사에 금융지원을 하는 데에 인색하였습니다. 국내 은행들은 T 사가 당장 겪고 있는 유동성의 어려움에 주목하여 금융지원을 망설였던 것입니다. 그러나 줄리안 쳰 부장은 T 사의 사업모델 자체에는 문제가 없고, 조만간 국내 건설 경기가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어 씨멘트의 수요도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니 T사의 사업은 안정적으로 성장하면서 수익을 창출하게 될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당장의 유동성 부족을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그 밖에도 사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금융지원을 해 주었던 것입니다.

그 당시에 들리는 우스개 소리 가운데 T사의 L회장은 Bank of America의 로고를 보면 고개 숙여 인사를 한다고 하였습니다. 국내 운행들은 고개를 돌리고 지원을 해주지 않았으나 외국계 은행인 Bank of America의 지원으로 유동성 위기를 넘기고 사업이 성장하게 된 것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였다고 합니다. T사는 그 후 건설경기의 호황을 맞아 승승장구하며 전성기를 구가하였습니다. 아들이 없는 L회장이 세상을 떠난 후 사위가 이 회사를 맡아 한 동안 크게 사업이 번창하였으나 계열사와의 금융지원, 보증 등의 문제가 발생하여 현재는 사세가 많이 위축된 상태입니다.

T사는 Bank of America로부터 금융지원을 받아 어려움을 극복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줄리안 쳰 부장의 Paternal care 가 있었습니다. 마치 아버지가 아들을 바라보듯 엄한 잣대로 사업성을 살펴 보고 일단 가능성이 있어 보이자 마치 아버지가 아들을 믿고 후원하듯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줄리안 쳰 부장은 Paternal care 라는 용어를 썼습니다. Parental care도 아니고 Maternal care는 더더욱 아니었습니다. 아마도 Maternal care는 너무 온정적이고 동정심이 발동할 수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Paternal care는 어머니의 따뜻함에 묻혀 아버지의 원칙이 조금은 덜 엄격하게 적용될까 봐 배제하였을 것이라고 추측해 봅니다.

우리의 금융기관도 고객 기업들을 마치 아버지와 같은 눈으로 바라보고 Paternal care를 하기를 기대합니다.


(차이나저널 게재일 : 2015년 12월 1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