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미(KBS1 TV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출연 화면)

이경미(李京美/Dr. Lee Kyungmi)

가정의학과 의사이자 통합의학 전문의
웰니스 파트너 BMBL 대표
http://www.bmblpartners.com/

家庭医学科专门医师
C.E.O at MediSolution, Board of Family medicine

저서 : 보건복지부 선정 우수건강도서 ‘내 몸은 치유되지 않았다“(2015. 북뱅)

 

 

병원에서 텃밭으로... 건강은 약으로 얻을 수 없다 - 이경미의 의학칼럼①

작성자
이경미
작성일
2015-06-27 01:29
조회
16806

90과 0 사이의 불편한 진실


‘90’과 ‘0’

미국 시애틀에서 열렸던 ‘Nutrition & Health 컨퍼런스’에서 한 심장내과의사가 거론했던 숫자이다. 미국의 환자들에게 영양과 관련해서 가장 신뢰하며 물어볼 수 있는 전문가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약 90%의 환자들이 ‘의사’라는 답변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부끄럽게도 의과대학 과정이나 전문의 수련 과정을 합쳐 대략 10여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의사들이 영양과 관련된 교육을 받는 시간은 ‘0’시간이라는 것이다.

우리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환자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의사들에게 뭘 먹어야 할지, 뭘 먹지 말아야할지 꼬박 꼬박 물어보지만 의사들로부터 돌아오는 대답은 ‘ 아무거나 상관없이 골고루 먹어라’ 아니면 ‘ 아무거나 함부로 먹지 말고 치료만 받아라 ’ 정도로 민망한 상황을 각오해야할 지도 모른다.

더불어 모 대학병원의 소아병원에 몇 년 전까지 유일하게 있었던 식당이 패스트푸드점이었다는 점도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가계 유리창 너머로 햄버거를 먹고 있던 수액 주사를 꽂은 소아암 환자들과 바쁜 의사들이 간편하게 한 끼를 해결하던 모습은 건강에 있어 정말 중요한 부분을 놓치고 있는 ‘건강하지 못 한 ’ 병원이라는 불편한 진실과 마주치게 한다.

 

병원에서 텃밭으로의 여정


나 또한 한국의 일반적인 전문의 양성 과정을 거친 의사로서 가정의학과 전문의가 되기까지 정규 교육 및 수련 과정에서 영양에 관련된 교육을 받을 수 없었다. 진료실에서 환자들을 보며 식습관 개선과 운동의 중요성을 습관처럼 말할 뿐,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않았었기에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기 어려웠다. 당연히 3개월 후나 6개월 후 환자들은 원래 상태 그대로, 아니면 좀 더 나빠진 상태로 약을 다시 처방받거나 몇 가지 약을 추가로 받은 후 다시 3개월 후 진료실에서 만나는 일정으로 예약을 하고 간다.

3개월 후 환자는 어떤 모습으로 진료실에 돌아올까?

대부분은 그대로이거나 더 나빠진 모습으로 진료실 문을 두드리게 될 것이다.

이러한 매너리즘에서 벗어나고자 약 이외에 근본적으로 질병을 치료하고 건강을 지킬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그 때부터 영양과 질병 치료를 다루는 강좌들을 찾아 다니며 병원에서 퇴근 후 다시 공부를 했었다. 우리 몸이 작동하는 곳곳에 영양소가 어떻게 역할을 하는지, 약이 아닌 영양소로 증상을 개선하고 면역력을 높이는 방법들이 이미 아주 체계적으로 밝혀져 있다.

그러던 중 우연히 배웠던 자연요리는 요즘 유행하는 것처럼 자칫 건강기능식품 위주의 영양으로 기울 수 있었던 찰나 전체적인 식습관, 홀 푸드가 기본이라는 것을 다시금 되새기게 해주었다. 건강기능식품은 보조적인 역할을 할 뿐이다.

어쩌면 바쁜 현대인들의 생활에서 음식으로 건강을 돌보라는 것은 증상이 있을 때 뚝딱 약을 먹거나 간편하게 건강기능식품 몇 알을 챙기는 것보다 귀찮고 힘든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건강에 좋으면 맛이 없고 만드는 게 복잡하리라 생각하지만 건강하면서 맛있는 음식, 게다가 만들기 간편하기까지 한 건강식을 실천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만은 않다.

비밀은 바로 재료에 있다. 신선한 재료를 충분히 넣으면 추가로 양념을 넣어 맛을 낼 필요가 없고 재료 자체의 맛만으로도 맛있는 음식이 된다. 예를 들어 건강 요리 중 하나인 마크로비오틱 조리법에서는 껍질까지 포함해서 재료 전체를 요리에 활용하도록 하는데 이로 인한 부수적 효과로 조리 과정이 간편하고 음식물 쓰레기까지 줄어드니 1석 2조이다.

이렇듯 나에게 있어 ‘건강과 영양’에 대한 관심은 건강한 음식을 거쳐 결국엔 건강한 먹거리 재료에 대한 관심으로 변화되었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먹거리가 생산되는 과정에 대한 관심으로 모아져 ‘병원에서 텃밭으로’의 여정이 되었다.

 

농업 시스템 VS 의료 시스템


건강한 먹거리의 생산에 대해 관심을 가지던 중 작년에 계원대학교 평생 교육원 수신재에서 도시 농부, 디자이너와 의사가 함께 하는 ‘도시농업과 디자인 아카데미’라는 강좌의 교수로 참여하며 나 또한 많은 것을 배우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서울 근교 도시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도시 농부들의 강좌는 농업 시스템과 의료 시스템이 참 많이 유사하다는 생각을 불러일으켰다.

소위 ‘관행 농’이라고 불리는 현대의 농업 시스템에서는 단기간에 많은 농작물을 효율적으로 길러내기 위해 땅에 화학비료를 쏟아 붓고 벌레가 생기거나 예방적으로 제초제를 뿌려대며 경운기로 간편하게 땅을 밀어 버림으로써 땅을 살아 숨 쉬게 하는 땅 속 미생물 시스템을 파괴한다.

단 기간에야 많은 수확량을 얻을 수 있을지 몰라도 이런 과정을 통해 농작물을 스스로 길러낼 수 있는 힘, ‘땅심’을 잃은 땅이 된다.

그렇다면 의료 시스템에서는 어떠한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증상이 있으면 바로 바로 여러 가지 약으로 빨리 증상을 없애고, 감염이 있거나 있지 않거나 미리 예방적으로 항생제를 처방한다. 문제가 있는 부분은 바로 바로 수술로 떼어낸다. 결과적으로  최근 질병 발생과 치료에 있어 의학계에서 중요하게 떠오르고 있는 장내 세균총 시스템이 이 과정에서 파괴된다.

그러한 과정에서 우리 몸 또한 땅처럼 잃어버리는 것이 분명히 있다. 무엇일까?

땅이 스스로 농작물을 길러낼 수 있는 힘, 땅심을 잃어버리는 것처럼 우리 몸은 스스로 병원균에 저항하고 자신의 몸을 치유해낼 수 있는 ‘자연치유력’ 또는 ’면역력‘ 이라 부를 수 있는 힘, 자생력을 잃고 있는지도 모른다.

병원에서 텃밭으로 01

땅심을 되찾기 위해 친환경 농법이 필요하다면 우리 몸의 자생력을 되찾기 위해서도 약, 항생제, 수술 외에 어떠한 의료가 있어야할지 생각해보자.

그것이 무엇이든 ‘친환경 농법’에 견주어 ‘친인간적 의료’라는 이름을 붙여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친환경 농업’이 화학비료나 제초제 대신에 자연적으로 만든 퇴비를 쓰고 경운기로 땅을 밀어 버리기 보다는 숨 쉬는 땅을 만들어 땅심을 만들어낸다면 ‘친인간적 의료’는 화학약품으로 된 약과 항생제를 과도하게 쓰기보다는 자연으로부터 온 건강한 음식을 활용하는 것, 무조건 수술로 떼어내기보다는 전체적인 몸의 균형을 생각함으로써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인간의 내면의 능력을 끌어내는 의료일 것이다.

이렇듯 우리 몸이 스스로 치유해내는 힘을 길러내기 위해 중요한 요소로 건강한 음식을 빼놓고 말하기 어렵다.

 

텃밭 ... 새로운 치유의 공간


세계 의학계에서도 이러한 흐름이 이미 거론되고 있다.

생활 습관병인 고혈압, 당뇨병 등은 생활 습관, 특히 식습관이 중요하기에 치료 가이드라인에 식습관과 관련된 사항이 포함되었고 암의 원인은 약 40%가 식습관, 약 30%가 비만으로 인한 것임이 밝혀졌다.

이러한 만성 질환에서 중요한 것은 특히 영양의 균형이라고 할 수 있는데 영양소는 부족하면서 칼로리만 있는 음식들로 인해 비만을 비롯한 각종 현대인의 만성 질환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약과 수술 중심의 병원이 아니라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하는 텃밭이라는 공간이, 그리고 건강한 음식을 만드는 주부들의 부엌이 새로운 치유의 공간임을 생각하게 한다.

병원에서 텃밭으로 02

 

앞서 이러한 흐름을 예견한 분들이 있으니 그 분들의 말씀을 나누며 글을 마치고자 한다.

건강에 있어 음식이 힘은 동서 고금의 지혜이기도 하지만 테크놀로지에 기반한 의료 시스템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치유되지 않고 늘어만 가는 여러 가지 만성 난치성 질환들에 대한 해답을 주는 미래 의료의 방향일지도 모른다.

 
"음식으로 치유할 수 없는 병은 의술로도 못 고친다. 음식이 약이 되게 하고, 약이 음식이 되게 하라." -히포크라테스

"미래의 의사는 약을 주는 것이 아니라 환자 스스로가 자신의 체질과 음식, 병의 원인과 예방을 위해 살펴보게 지도해줄 것이다." -토마스 에디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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